침향

부모님 생신 선물 — 매년 같은 것이 어색해질 때

어버이날·추석과 다른 생신의 결. 매년 돌아오는 자리에 어떤 어휘를 두면 좋을지에 대해.

차와 침향 조각, 그리고 한지가 놓인 정물

부모님 생신은 매년 돌아온다. 어버이날이나 추석은 사회가 함께 챙기는 자리지만, 생신은 내가 직접 챙겨야 하는 사적인 자리다. 그래서 매번 더 어렵다. 같은 분께 매년 무언가를 드리는데, 작년에 뭘 드렸더라 가 매번 가장 먼저 떠오른다.

생신 선물의 진짜 어려움은 "좋은 걸 찾는 것"이 아니라, 같은 분께 매년 다른 어휘로 마음을 전하는 일 자체에 있다.

매년 같은 선물의 한계

처음 몇 해는 무난한 선택지로 시작한다. 케이크, 카네이션, 봉투, 그리고 익숙한 건강식품. 다정한 선물들이지만, 이 조합을 5년쯤 반복하면 받는 분의 표정이 익숙해진다는 신호가 보인다. 그래, 매년 챙겨주는구나 같은, 고마움이 있지만 새로움은 줄어든 표정.

매년 같은 어휘는 그래서 천천히 무게가 빠진다. 마음은 그대로인데 마음을 전하는 도구가 같은 모양인 탓이다.

다른 어휘를 골라본다는 것

선물의 종류를 통째로 바꾼다는 의미는 아니다. 같은 "건강을 챙겨드리는" 자리 안에서도 어휘를 살짝만 바꾸면 인상이 달라진다.

가령 같은 건강식품이라도 다음 두 어휘는 분명히 다르다.

  • 이거 드시고 좋아지셨으면 좋겠어요. — 결과를 부탁하는 어휘.
  • 오늘 한 알 천천히 두시고 향을 맡아보세요. — 시간을 권하는 어휘.

생신 자리에서는 후자가 더 어울린다. 생신은 본래 지나온 시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더 좋아져야 한다는 압박보다, 흘러온 시간을 인정하는 어휘가 자리에 맞다.

생신과 시간이라는 결

침향환을 생신 선물로 권할 만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침향은 본래 시간이 만든 향이다. 상처 입은 나무가 오랜 세월 수지를 쌓아 만든 결과가 침향이다. 효능보다 시간성을 먼저 이야기하는 재료라, 생신의 결과 자연스럽게 맞는다.

게다가 침향환은 한 번 보내드리고 끝나는 선물이 아니다. 매일 한 알씩 두며 천천히 만나는 지속의 형식을 가진 선물이다. 생신날 하루의 정성이 아니라, 다음 한 해 동안 곁에 두는 작은 동반자에 가까워진다.

매년 새로운 한 가지를 더할 때

가장 단순한 기준은 이렇다. 작년 선물에 한 가지 다른 어휘만 더해본다. 결과를 부탁하는 말 대신 시간을 권하는 말, 무난한 포장 대신 책상에 두어도 어울리는 마감, 또는 드세요 대신 두세요 라는 동사 하나만.

매년 같은 분께 같은 마음을 다른 어휘로 전하는 일이 생신의 본질에 더 가깝다.